미국 기반의 여행 어드바이저 플랫폼 포라(Fora)가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발표하며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습니다. 특히 이번 포라의 유니콘 등극은 기술로 인간을 대체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에게 강력한 기술적 무기를 쥐여주는 쪽으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향후 여행업계가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셈입니다.
공동 창업자 에반 프랭크(Evan Frank)의 “인간을 배제하고 구축된 기술은 인간을 축소시킨다”는 철학이 자본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유니콘 기업이 된 포라의 이번 투자유치 소식과 함께, 여전히 여행 어드바이저 개념이 부재한 한국의 현실과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트래블 테크 패러다임을 뒤집은 ‘인간 중심’ 베팅의 성공
포라는 이번 시리즈 D 투자를 유치를 통해 6,000만 달러(약 830억 원) 규모의 펀딩을 추가 유치했습니다. 이로서 포라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총 1억 3,850만 달러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자본 시장이 포라의 시리즈 D 투자에 나선 결정적인 이유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예약 매출의 성장 속도에 있습니다. 포라에 등록된 어드바이저들이 2021년 출시 이후 처리한 누적 여행 예약 총액은 30억 달러(약 4조 1,500억 원)를 넘어섰습니다. 구체적인 지표를 살펴보면, 첫 10억 달러의 총 예약 가치(GMV)를 달성하는 데는 36개월이 소요되었으나, 두 번째 10억 달러를 추가하는 데는 8개월, 세 번째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데는 단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기하급수적 성장의 중심에는 포라가 개발한 AI 비서 ‘비아(Via)’가 있습니다. 비아는 고객 전면에 나서는 챗봇이 아니라 어드바이저의 뒤편에 숨어 목적지 리서치, 공급업체 정보 취합, 맞춤형 제안서 작성을 대신 해주는 ‘백오피스(Back-office) 엔진’입니다.
플랫폼은 견적서 작성이나 수수료 추적 등 “아무도 이 일을 하려고 여행업에 뛰어들지 않았던” 지루한 행정 레이어를 완벽히 자동화했습니다. 밤새도록 서류 작업에 시달리던 운영 업무를 AI가 가져가 주면서, 어드바이저 한 명이 처리할 수 있는 예약의 볼륨과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에반 프랭크는 AI 시대에는 여행 어드바이저라는 직업이 넘을 수 있는 천장이 더 높아질 뿐이며, 기계가 복제하기 가장 어려운 인간의 전문성과 관계, 취향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합니다.
벤처캐피털 텍타일 벤처스의 창업자 브라이언 오말리(Brian O’Malley)는 포라가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모든 AI 기반의 여행 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인간의 책임감(Human Accountability)과 AI의 자동화가 결합된 형태가 진짜 시장을 이긴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도태시키는 대신 전문성을 극대화해 주는 상호보완적 진화가 자본 시장의 확신을 통해 ‘개념’에서 ‘실체’로 입증되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부업, 여행 어드바이저
포라의 비즈니스 구조에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데이터적 특징은 소속 어드바이저들의 구성 성분입니다. 현재 플랫폼에서 활동 중인 15,000명 이상의 활성 어드바이저 중 97%는 가입 이전까지 여행업에 종사한 적이 없는 비경력자들입니다. 이들의 전직은 의사, 변호사, 금융 트레이더, 은퇴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미국 링크드인(LinkedIn) 데이터에 따르면 여행 어드바이저는 미국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 중 하나로 조사된 바 있으며, 포라는 이 진입 장벽을 기술로 낮추었습니다.
물론 포라가 보여주는 화려한 지표의 이면에는 여행업의 핵심 역량이 임시직 노동 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로 재편되는 데 따른 구조적 우려가 존재합니다. 전체 구성원의 97%가 본업을 따로 둔 채 부업 형태로 플랫폼에 참여함에 따라, 호스피탈리티 산업이 요구하는 고도의 직업적 책임감과 위기 관리 역량이 장기적으로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테크 플랫폼이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중개 수수료를 취하는 반면, 고객 관리의 최종 리스크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에게 분산시킨다는 유연화의 함정입니다. 이 문제는 히치하이커에서도 별도로 지적한 기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여행 시장은 제도적 규제와 고유의 유통 구조로 인해 포라 모델의 도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국내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타인의 여행을 기획·알선하고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금 요건과 사무실 기준을 충족하여 정식 ‘여행업 등록’을 마친 사업자여야 합니다. 등록되지 않은 개인이 맞춤형 일정을 짜주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무등록 여행업으로 처벌받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포라와 같이 개인이 플랫폼의 라이선스 우산 아래 프리랜서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호스트 에이전시(Host Agency)’ 모델의 출현이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불어, 무형의 컨설팅 및 일정 기획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국내의 ‘수수료 제로(Zero-fee)’ 소비 문화와 소수 대형 홀세일러 여행사가 장악한 과점 유통망 역시 장벽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당당히 기획료(Planning Fee)를 청구하는 서구권과 달리, 모든 비용이 상품 가격에 묶여 있는 구조 속에서는 AI 기술을 지원받더라도 개인이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란 불가능한 셈입니다. 결국 불법의 영역만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고요.
현재 글로벌 호텔 체인(힐튼 임프레서브, 하얏트 프리베)은 검증된 럭셔리 어드바이저에게만 할인 요금으로 조식·업그레이드·포인트 적립을 모두 제공하는 독점 예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은 포라 어드바이저에게도 이 프로그램의 접근 권한이 있죠. 그러나 국내는 엄격한 여행업 등록제와 수수료 문화 탓에 이러한 프리미엄 1:1 여행 컨설팅 비즈니스가 제도적으로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로 인해 최근 국내에서는 해외에 거주하며 해당 프로그램의 접근권을 확보한 해외 어드바이저들이 한국인의 대리 예약을 수행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개인과 거래 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죠.
마치며
결국 포라의 이번 시리즈 D 투자는 글로벌 트래블 테크가 인간과 AI의 결합을 통해 자본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줍니다. 포라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AI 비서 고도화와 크루즈, 항공, 엔터프라이즈 등 신규 시장 확장 및 채용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미국에서 지금 가장 각광받는 직업이 ‘여행 어드바이저’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한국 시장은 낡은 진입 규제와 문화적 제약으로 인해 이와 같은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1인 기업 생태계 전환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극명한 시장 격차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한국 시장이 글로벌 트래블 테크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낡은 여행업 등록제 규제를 완화하여 역량 있는 개인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되, 플랫폼이 라이선스 허브로서 최종적인 소비자 보호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