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춘(Fortune)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테크 및 금융 생태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점점 더 미디어 전면에 나서는 추세다. 과거 CEO의 덕목이 비공개 집무실에서 숫자를 관리하고 전략을 세우는 ‘운영자(Operator)’에 가까웠다면, 오늘날의 리더는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메시지를 던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Content Creator)’이자 ‘인플루언서’ 역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히치하이커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십 트렌드와 함께 국내 여행업계에 나타난 미디어 브랜딩 현황을 살펴보고,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제안해본다.
대표들이 점점 더 인플루언서 역할을 요구받는 이유?
포춘지에 따르면 포춘 100대 기업 CEO 중 3분의 2 이상이 최소 하나 이상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을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신제품 출시를 직접 찍은 릴스(Reels) 영상으로 발표하고,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은 매주 조깅하며 시장 동향을 설명하는 ‘뛰면서 찍는 1분 비디오’로 세계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특히 조나단 그레이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국 ‘신뢰’를 파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리더십의 변화는 단순한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CEO 후보자들에게 발탁 최소 5년 전부터 소셜 미디어 미디어 영향력을 구축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컨설팅사 웨버 샌드윅의 조사에 따르면 리더의 공적 노출이 기업 평판에 절대적이라고 응답한 경영진이 81%에 달한다. 왜일까?
포춘지 인터뷰에서 스프라우트소셜의 CEO 라이언 바렛토는 “소비자는 인간적인 연결을 찾고 있으며, CEO야말로 브랜드에 인격(Humanity)을 부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라고 단언했다. 즉 소비자와 투자자는 이제 형체 없는 ‘기업(Firm)’이 아니라, 그 기업을 끌고 가는 ‘사람(Person)’에게 인격적 유대감(Parasocial interaction)을 느끼고 신뢰를 부여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CEO의 퍼스널 브랜딩을 단순한 SNS 관리가 아닌 ‘기업의 핵심 전략 인프라’로 다루며 전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투자 기업인 ‘플라이트스토리(FlightStory)’의 최근 채용 공고가 좋은 사례다. 이들은 창업자(Founder)의 개인 브랜딩을 전담으로 기획·촬영·편집하는 파운더스 콘텐츠 크리에이터(Founder’s Content Creator)라는 전임 직책을 채용하고 있다. 창업자의 전 세계 출장길에 동행하며, 리더의 비전과 현장 메시지를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맞게 정교한 숏폼 콘텐츠로 만들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CEO 누군지도 모르는 서비스, 팬덤 생길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국내 여행업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은 세계 10대 여행 소비국으로, 자유여행(FIT)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수많은 여행 스타트업과 플랫폼, 호텔, 해외 지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이 플랫폼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 “이 서비스는 어느 나라 기업인가?“라고 물었을 때 선뜻 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지금도 현장에서 기업 임직원 강의나 일반인 강의를 진행해보면, 업력이 10년이 넘고 시장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인 ‘마이리얼트립’조차 상당수 소비자가 “외국계 예약 사이트 중 하나 아닌가?”라고 오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창업 과정이나 이력을 간단히 설명해주면 여전히 크게 놀란다. 뿐만 아니라 야놀자와 여기어때와 같은 국내 플랫폼은 물론이고 아고다처럼 국내 점유율 1위인 해외 플랫폼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배경에 대한 서사가 전무하다. 그러니 뉴스에 나온 부정적 이슈만 쌓여가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플랫폼들이 네이버나 구글 검색 광고에 매달 수억 원의 마케팅 예산을 관성적으로 집행하지만, 소비자의 머릿속에 브랜드의 철학이나 리더의 서사는 전혀 남지 않는 것이다. 대표가 어떤 고민으로 창업을 했는지, 이 플랫폼이 여행자의 불편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한국 지사나 호텔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한국 고객을 맞이하는지 알 길이 없으니 브랜드 충성도는 희미해지고 오직 ‘최저가 가격 비교’에만 노출된다.
소비자는 본능적으로 묻고 있다. “내 돈과 시간을 맡기는 이 여행 서비스의 뒤에는 누가 있는가?”
직접 켜는 유튜브의 함정, 전문 커뮤니케이터 필요한 이유
물론 여행업계 리더들도 이러한 개인 브랜딩의 필요성을 서서히 인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몇 호텔이나 여행사 대표들이 직접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카메라 앞에 서는 사례가 늘어난 이유다. 그러나 전문적인 스킬과 브랜드 전략 없이 무작정 뛰어든 리더의 어프로치는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포춘 기사에서 소개된 맥도날드의 CEO 크리스 켐프친스키의 사례가 좋은 반면교사다. 그는 신제품 버거를 홍보하기 위해 직접 시식하는 영상을 올렸으나, 한 입 베어 물지도 않는 어색한 태도로 인해 폭발적인 비난과 놀림을 받았다. 어설픈 진정성은 안 하니만 못한 ‘브랜드 잔혹사’를 만든다. 현재 모니터링 중인 몇몇 국내 채널에서도 국제적 시의성과 반하는 콘텐츠를 올리거나 사회적 이슈에 말을 얹었다가 물의를 일으키는 등, 직원들이 필터링할 수 없는 대표들의 개인 채널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서 CEO들의 브랜딩은 사내에서 완성되기가 어렵다. 단순히 자기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가진 여행에 대한 철학과 전문성을 객관성있는 콘텐츠 포맷을 통해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의 시선으로 깊이 있는 분석 기반의 대담을 이끌어내며, 리더가 고유하게 가진 비즈니스 스토리와 서비스의 진정성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서사가 필요하다.
리더 개인의 인격을 지나치게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시청자에게 품격 있게 전달하는 ‘퍼블릭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여행업계에도 절실한 이유다. 히치하이커TV도 이러한 니즈를 필요로 하는 여행업체들의 경우 인터뷰 또는 취재 형식의 콘텐츠를 공동 기획하고, 소비자들에게 창업부터 현재까지의 스토리텔링을 서사로 풀어내는 전문 콘텐츠를 제작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마치며
여행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경험을 미리 결제하는 ‘고관여 신뢰 상품’이다. 소비자가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 그 서비스를 만든 대표의 신념과 브랜딩의 방향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검색 광고비 몇 푼으로 얻을 수 없는 강력한 ‘팬덤’을 얻게 된다.
이제 여행업계 리더들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소셜 미디어나 인터뷰를 해야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의 철학을 미디어가 가진 전문적인 언어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리더의 퍼스널 브랜딩을 시스템화해야 하지만, 이를 내부 인력으로 모두 갖추기 어려운 여행 기업들을 위해 기자 경력과 미디어 전문성을 갖춘 전담 커뮤니케이터이자 브랜딩 코치의 니즈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