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중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극단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이른바 ‘특수 부대’ 여행 방식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들은 최저가 항공권을 이용하고, 창문 없는 저가 호텔을 선택하며,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걸어서 이동하는 등 극한의 가성비를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여행 방식에 대한 피로감이 점차 커지면서 새로운 가성비 전략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지역 대학과 연구소가 운영하는 호텔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저가 호텔보다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나름의 특별한 경험까지 덤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여행 꿀팁으로 공유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조사해보니 한국인에게도 잘만 이용하면 저렴하고 재밌는 중국 여행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히치하이커닷컴은 최근 중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대학 숙박시설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이른 바 ‘학술 호텔’이란?
학술 호텔(学术酒店)은 연구자와 학자들의 학술 교류를 목적으로 대학이나 연구소가 운영하는 숙박 시설을 뜻합니다. 일반 상업 호텔과 달리 일부 숙소는 여행 예약 플랫폼에도 등록되지 않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유니버시티 룸스(UniversityRooms.com)’ 같은 사이트를 통해 대학 기숙사를 방학 기간 동안 숙박 시설로 활용할 수 있지만, 중국에는 통합된 예약 시스템이 없어 직접 호텔과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마치 ‘숨겨진 보석을 찾는 것’처럼 여겨지며 새로운 도전 과제로 인기를 얻는다고 합니다.
학술 호텔이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일반 호텔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숙박 환경을 제공합니다. 특히 유명 관광지 주변의 학술 호텔들은 400위안(약 7만 원) 내외로 예약할 수 있어 같은 가격대의 상업 호텔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캠퍼스 내 숙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학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학 식당을 이용하면 학생들과 동일한 저렴한 가격에 식사가 가능하며, 일부 호텔에서는 교직원 식당, 학내 도서관, 체육관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학술 호텔의 주변 환경은 일반적인 상업 호텔보다 조용하고 안전합니다. 학자들과 연구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투숙객들의 행동이 차분하며, 호텔 직원들도 연구자들을 대하기 때문에 정중한 편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가성비를 넘어선 경험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학술 호텔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난징 대학 난위안 컨퍼런스 센터 (바로 가기)
중국 대학 내 호텔, 한국인도 예약할 수 있나?
학술 호텔을 찾고 예약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공식적인 웹사이트가 없거나, 학내 교직원 및 연구자 전용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여행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숙소를 찾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정보 해킹’처럼 여겨지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약 방법과 후기 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호텔은 공식적으로 예약이 불가능한 곳이라 하더라도, 특정 경로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는 정보가 퍼지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숙박 이상의 경험을 원하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모험과도 같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중국 1~2선 도시의 학술 호텔은 해당 기관명을 한자로 알고 있다면 트립닷컴을 통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 호텔이 찾기 힘든 이유는 숙박시설인데도 소속 기관명으로만 명명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샤먼대학교 내 학술교류센터 내에 있는 숙박시설의 경우 샤먼대학 국제 쉐수 자오류 센터(샹안캠퍼스)‘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또한 특정 컨벤션 센터 내에 있는 숙박 시설도 있는데요 .난징 대학 난위안 컨퍼런스 센터 (Nanjing University Nanyuan Convention Center)는 호텔 명이면서, 동시에 해당 센터 내에 있는 숙박시설을 의미합니다. 대부분 제가 찾은 학술 호텔들은 ‘지역 + 학술교류센터‘라는 이름을 갖고 있네요. 여행하려는 도시와 학술교류센터를 같이 한자로 넣어서 검색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굉장히 저렴한 숙박비를 자랑합니다. 다만 일부 시설의 경우 호텔에 신원정보를 제공해야 해서 이용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요. 샤먼대학교 국제 학술 교류 센터는 예약 시 신원 정보를 미리 제공해야 원활한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으니 외국인 예약은 어려울 듯 합니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호텔들은 일반 호텔처럼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에게도 좋은 옵션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무작정 저렴한 호텔만 있는 건 아닌데요. 베이징 공업대학 내에 위치한 베이징대학 중관신위안은 10만원 대 중반이니 저렴한 호텔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한국인 리뷰가 있을 만큼 괜찮은 평을 자랑합니다. 일부 대학에서는 레스토랑이나 맛집도 유명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신장의과대학 학술교류센터는 4만원도 안되는 저렴한 숙박비에 교통편도 매우 편리한데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이 대학 내에서 판매하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하네요. 난위안 컨퍼런스 센터는 난징대학의 회의 및 연구자 숙박을 위해 운영되지만, 외부 예약도 가능하며 ‘넓고 깨끗한 객실과 학문적인 분위기’로 호평받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중국 경제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대졸 실업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의 젊은 세대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여행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학술 호텔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쾌적한 환경을 확보하면서도 일반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중국 여행 시장을 넘어 이들이 해외여행을 할 때도 다양한 ‘스마트 소비’ 패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도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호텔은 아니지만 산림 관광, 해양 관광 등 일반 관광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숙박 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러한 정보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국립공원이나 해수부가 관리하는 숙소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찾아보니 등대 관리 체험 숙소도 있네요ㄷㄷ) 이러한 숙소들도 관광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면 차별화된 여행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