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온천 문화에 뿌리를 둔 일본의 목욕 문화가 현대적인 사우나와 만나 ‘사우나 투어리즘’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목욕과 온천 문화는 이전에 비해 서서히 쇠퇴하던 문화였는데, 일본은 이를 어떻게 다시 부흥시킨 것일까? 또한 일본은 이러한 트렌드를 어떻게 관광 전략에 접목하고 있을까?
히치하이커닷컴은 현재 일본의 사우나 투어리즘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내수 시장에서 일어난 트렌드를 어떻게 인바운드 관광에 접목하는지도 살펴보려고 한다.

일본의 젊은 층에서 부는 사우나 열풍
사우나슐랭은 2018년에 시작된 일본의 독특한 사우나 시상식으로, 매년 11월 11일에 개최된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 지어진 이 행사는 일본 전역의 12,000개 이상의 사우나 시설 중에서 ‘지금 가봐야 할 사우나’를 매년 선정한다. 사우나슐랭의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전해진다. 선정된 시설에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사우나 어워드로 자리잡았으며, 이는 일본 내 사우나 문화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사우나슐랭의 성공은 일본 내 사우나 투어리즘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어졌다.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사타비(サ旅)’나 사우나를 중심으로 한 활동을 즐기는 ‘사활(サ活)’ 등 다양한 형태의 사우나 관련 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사우나 순례 문화는 2019년 드라마 ‘사도(サ道)’로 제작되기도 했다.
사우나 투어리즘의 재부상을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2024년 11월 발표된 부킹닷컴의 Z세대 여행 트렌드 조사에서도 확인되어 흥미롭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박시설 선택 시 온천이나 사우나와 같은 온욕 시설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일본의 Z세대 응답자 49%가 ‘중요하다’고 답했는데, 이는 글로벌 평균 3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들 Z세대는 85%가 1~4박의 단기 국내 여행을 선호하며, 47%는 성수기를 피해 여행하는 등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특징을 보인다. 부킹닷컴은 이러한 결과를 분석하며 “일본의 Z세대 사이에서 사우나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사우나와 온천, 스파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러한 내수 시장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은 일본이 이러한 목욕 문화의 열풍을 인바운드 관광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목욕 문화를 로컬 관광에 접목하는 일본
지금 도쿄도가 추진 중인 최신 캠페인 ‘외국인 관광객 WELCOME! SENTO’ 캠페인‘은 전통적인 일본의 대중목욕탕 ‘센토’ 문화를 해외 관광객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다각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도쿄 시내 54개 대중목욕탕이 참여하여 다국어 서비스 제공, 캐시리스 결제 시스템 도입, 기본 욕실용품 구비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시설 개선을 실시했다.
특히 도쿄 시내 숙박시설과 연계한 할인 쿠폰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캠페인의 핵심이다. 기간 내에 쿠폰을 지참한 관광객은 일반 입욕료 550엔을 300엔으로 할인받을 수 있어 외국인의 센토 체험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또한 선착순으로 테누구이(수건)을 증정하는 등 참여 요소를 강화했다.
지금까지는 일본에서 강조하던 온욕 문화는 주로 기존의 자연자원을 기반으로 한 온천과 온천호텔인 료칸을 중심으로 어필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우나 또는 센토를 관광 콘텐츠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방일 한국인 여행자들은 젊은 층 개별여행자로, 이들은 ‘현지 문화 체험’을 매우 중요한 여행 액티비티로 여긴다. 그런데 온천은 온천지에 가야만 즐길 수 있어 한정적이지만, 센토의 경우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가까운 시설을 찾을 수 있어 접근성이 낮고 로컬 문화를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또한 일드 ‘사도’와 같은 드라마의 팬들이 드라마에 등장했던 실제 시설들을 순례하기 위한 여행을 할 가능성도 높다.
마치며
일본의 사우나 투어리즘은 Z세대를 중심으로 한 국내 여행 수요와 웰컴 센토 캠페인으로 대표되는 아웃바운드 관광 활성화 전략이 맞물리며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광 트렌드를 넘어 전통적 목욕 문화의 현대적 재해석이자, 도시 재생과 문화 보존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사타비’와 ‘사활’ 같은 신조어의 등장이 보여주듯, 일본의 사우나 문화는 이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관광 콘텐츠로도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 발전 양상이 어떻게 새로운 관광 가치를 창출해낼지 주목하게 되며, 훌륭한 온천 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인바운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여러 면에서 참고해야 할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