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와 대형언어모델(LLM)이 대중화되면서 소비자가 여행을 탐색하고 예약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스키프트 데이터와 인공지능 서밋(Skift Data & AI Summit 2026)의 핵심 세션에서 가장 큰 충격을 던진 데이터는 “현재 전 세계 호텔의 94%가 AI 검색에서 완전히 보이지 않는(Invisible) 상태”라는 사실입니다. 즉, 선택받는 6%의 브랜드에 들지 못하면 시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디지털 실종’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히치하이커는 다가오는 B2A 시대에 한국의 여행 및 호텔업계가 어떻게 체질을 개선하고 AX에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47일 전 시작되는 여정, ‘소비자 세그먼트별’ AI 행동 패턴의 발견
과거 구글이나 빙(Bing) 같은 전통적인 검색 엔진 최적화(SEO) 시대에는 순위가 뒤로 밀릴지언정 2페이지, 3페이지에 노출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비서 역할을 대행하는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는 B2A(Business to Agent) 생태계에서는 오직 상위 몇 개의 대안만 제시되는 ‘바이너리(Binary, 있거나 없거나)’ 게임으로 전환됩니다.
많은 호텔 마케터들이 AI 검색을 하나의 거대한 단일 시장(Monolith)으로 취급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리서치 기관 레브파 지니어스(Revpar Genius)의 통계를 인용한 코넬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여행객의 행태는 ‘소비자 세그먼트(Budget vs Value vs Luxury)’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특히 소비자가 실제 예약을 완료하기 평균 47일 전(럭셔리 세그먼트의 경우 최대 80일 전)부터 이미 LLM을 켜고 여행을 설계하기 시작한다는 데이터는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소비자 세그먼트별 AI 에이전트 활용 패턴]
■ 예산 중심형 (Budget Traveler) : 의사결정 기간 평균 ~20일대
└ 행동: 단순 가격 비교 및 사전 설정된 조건에 맞는 최저가 검색에 AI 집중 활용.
└ 미래: 가장 빠르게 '에이전틱 자동화(Agentic Booking)'가 대체할 시장.
■ 가치 추구형 (Aspirational Traveler) : 의사결정 기간 평균 47일 (전체 평균값)
└ 행동: 가격과 '경험적 요소'를 믹스하여 AI에게 4~6개의 구체적인 추천 리스트 요구 및 비교.
■ 초럭셔리형 (Luxury Traveler) : 의사결정 기간 평균 80일 이상
└ 행동: 가격에 전혀 구애받지 않음. 오직 '경험(Experiential)'과 '바이브(Vibe)'를 검색.
└ 예시: "수영장 물이 염수(Salinated)인가?", "바에서 훌륭한 마티니를 서빙하는가?", "노키즈존인가?"
이 데이터가 한국 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우리 호텔(또는 여행상품)이 어떤 세그먼트에 속하느냐에 따라 AI 에이전트에게 주입해야 할 데이터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프리미엄 럭셔리를 지향하는 국내 5성급 호텔이라면, 범용적인 객실 정보가 아니라 AI 비서가 긁어갈 수 있는 ‘정성적인 경험 데이터’를 디지털 아카이빙하는 것이 생존의 첫걸음입니다.
사일로(Silo)의 붕괴, 마케팅과 레비뉴 관리의 통합
여행 미디어 기업 큐리어시티(Curiosity)의 최고경영자(CEO) 닉 슬라벤(Nick Slavven)은 최근 스키프트와의 대담 중 과거 스타우드 캐피탈 그룹(Starwood Capital Group)에서 바카라 호텔(Baccarat Hotel)과 1호텔(1 Hotels) 브랜딩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조직 구조의 근본적인 혁신을 촉구했습니다.
그동안 대형 호텔과 여행사 내부에서는 마케팅, 레비뉴 매니지먼트(수익 관리), PR, 디스트리뷰션(유통) 부서가 철저히 분리된 채 각자의 KPI를 쫓아왔습니다. 마케터는 인스타그램 조회수를 올리는 데 급급했고, 레비뉴 관리자는 엑셀 창을 보며 실시간 가격을 통제했습니다.
“AI 검색은 단순한 마케팅 채널이 아니라, 새로운 프런트 도어(New Front Door)이자 커머셜의 필수 과제다.”
B2A 환경에서는 이러한 부서 간의 사일로(장벽)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AI 에이전트는 호텔의 실시간 가격(Revenue)과 브랜드 스토리(Marketing), 그리고 예약 시스템의 API 연동 상태(Distribution)를 단 1초 만에 통화합하여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호스피탈리티 마케팅 협회(HSMAI)가 연례 행사의 명칭을 ‘커머셜 전략 위크(Commercial Strategy Week)’로 재편한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 합니다.
결국 직원을 감원하는 도구로 AI를 쓸 것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장벽을 허물고 전 직원이 ‘수익 증가와 수요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조율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한국 여행업계의 B2A 최적화(LLMO) 실행 가이드
구글이 최근 AI 검색 모드에서 웹사이트와 생성형 답변을 동시에 보여주는 ‘분할 화면(Split Screen)’ 기술을 도입하는 등, 빅테크의 움직임은 거침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로컬 호텔과 여행사들은 당장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① LLM 최적화(LLMO)를 위한 정성적 데이터의 구조화
인공지능 비서들이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게 하려면 웹사이트에 예쁜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속에 숨겨진 고유의 자산들을 AI가 크롤링하기 쉬운 구조화된 메타데이터 형태로 변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호텔 바의 시그니처 메뉴, 프라이빗 풀의 수질 관리 방식, 반려동물 동반 시 제공되는 세부 서비스 등이 LLM의 콘텍스트(Context) 안에 완벽하게 포착되도록 기술적 최적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② 상위 퍼널(Upper-Funnel) 콘텐츠 자산의 내재화
코넬대 연구가 증명했듯 소비자의 결심은 예약 47일 전, 즉 ‘영감과 탐색’의 단계에서 시작됩니다. 예약 직전의 부킹닷컴이나 익스피디아 같은 OTA(온라인 여행사) 광고에만 비용을 쏟아붓는 ‘라스트 클릭(Last-click)’ 매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메일, 웹 기반 콘텐츠, 전문 크리에이터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비자가 여행을 꿈꾸는 첫 순간(상위 퍼널)부터 우리 브랜드의 데이터를 노출시키고, 이를 추적 가능한 deterministic PII(개인식별정보) 매칭 기법 등을 통해 최종 전환까지 연결하는 롱테일 마케팅 스택을 내재화해야 합니다.
마치며: 상위 6%의 디지털 영토를 선점하라
B2A 시대의 AI 검색창은 냉정합니다. 감성적인 카피에 흔들리지 않으며, 철저히 정제된 데이터의 신뢰도와 맥락의 일치 여부만을 보고 예약 리스트를 뽑아냅니다. 94%의 호텔이 검색 결과에서 배제되어 디지털 실종 상태로 전락하는 지금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준비된 기업에게 엄청난 기회입니다.
국내 여행 및 호텔 기업들은 기술 도입을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하거나 보안을 이유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전에, 우리 브랜드가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제대로 ‘읽히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마케팅과 레비뉴의 장벽을 허물고 고유의 데이터 자산을 구조화하여 AI 비서들의 최우선 고려 대상(6%)으로 진입하는 기업만이 미래 호스피탈리티 시장의 유통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