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콘데나스트 트래블러(Condé Nast Traveler)의 유튜브 채널에 5월 9일 공개된 「How Overtourism is Sinking Venice」 영상은 언뜻 베네치아의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오버투어리즘 해법으로 고가의 숙박시설 등 ‘특정 계층만 접근 가능한 베네치아’를 제시합니다. 즉 대중 관광객은 오버 투어리즘의 원인이고, 돈을 많이 쓰는 럭셔리 소비자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행법이라는 단편적인 시각 말입니다.
히치하이커는 이 영상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베네치아를 말하고 있는지, 여행 소비자간의 등급은 누구로 인해 어떻게 계층화되고 있는지 질문해 보았습니다.
의식 있는 관광객 = 럭셔리 여행자?
세계적인 여행 매거진의 유튜브 채널에서 베니스의 오버 투어리즘을 조명했길래, 관심있게 보았습니다. 이 영상은 베네치아가 관광지로서 ‘하루살이 여행객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주민이 떠나고 도시가 공동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영상은 전통을 지키는 관광업자들—무라노 유리 장인, 곤돌라 장인, 지역 와이너리 운영자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의식 있는 관광객’이야말로 도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영상에 등장하는 이 ‘의식 있는 관광객’이 되려면, 돈을 무척 많이 써야 합니다. 이들이 머무는 호텔은 수백 유로의 고가 부티크 숙소이고, 식사는 지역민의 소박한 일상식이 아닌 고급 재료를 해석한 미슐랭 요리입니다. 심지어 일부 숙소는 원래 거주용이었던 13채의 주택을 통째로 리노베이션해 만든 공간입니다. 오버투어리즘으로 사라진 지역민의 주거공간을 고급 숙소로 전환하고, 그것을 ‘현지 체험’이라 포장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의 재포장일 뿐입니다.
이처럼 영상은 관광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해결책으로 또 다른 형태의 상업화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중 관광객은 문제이지만, 돈을 더 쓰는 관광객은 괜찮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것은 도시가 겪는 사회경제적 위기를 ‘소비자 계층 세분화’라는 방식으로 구도화하는 시도이며, 궁극적으로는 관광의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이는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 담론이 엘리트주의적으로 소비되는 전형적 사례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을 말할 때, 그것이 누구의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것인지 우리는 되물어야 합니다. 베네치아가 처한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는 단순히 관광객의 수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도시에 필요한 주거, 노동, 생계 기반이 관광산업에 종속되며 생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해결책은 관광의 ‘질’을 소수의 고소득층 소비자에게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도시 자체를 지역 주민의 삶터로 회복하는 데 있습니다.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의 영상은 이를 외면한 채, 고급 소비를 통해 ‘전통을 지킨다’는 단선적인 메시지를 반복합니다. 그러나 전통은 박제된 유물로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역민의 노동과 삶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살아있는 문화가 됩니다.
마치며
이러한 논리는 ‘지속 가능한 관광’이라는 담론이 실제론 상위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로 전유되는, 전형적인 엘리트주의의 함정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초저가 여행 상품’을 두고 소비자 간의 등급을 매기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난하는 흐름(‘노옵션 노쇼핑’을 사면 된다는 식)이 자주 포착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계층화가 소비자끼리의 책임 전가로 이어지는 반면, 상품 구조를 기획하는 여행사는 퀄리티 복불복 구조를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양쪽 모두로부터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주 히치하이커TV에서 이 문제를 상세하게 다룰 예정입니다.
여행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논할 때 우리는 반드시 되물어야 합니다. 과연 이 논쟁의 화살은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이 논쟁이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소비자의 태도나 예산 규모를 운운하기 전에, 산업과 정책이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