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씨트립(携程)이 50세 이상 전용 여행 브랜드 ‘라오유회(老友会)’를 공식 론칭했을 때, 시장의 시선은 호기심과 의구심이 교차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전면에 내세운 특화 브랜드가 과연 대형 플랫폼의 핵심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론칭 후 2년이 지난 2026년 현재, 씨트립 라오유회의 회원 수는 론칭 당시 100만 명에서 450만 명으로 4.5배나 급증했습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수기 시간을 매입하여 높은 구매력을 갖춘 은퇴 세대에게 공급한 이 전략은, 여행 산업 전반의 구조적 약점을 해결하는 유례없는 성공 방정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씨트립이 시니어 여행 시장에 전력을 다하는 본질적인 이유와 전략을 심층 분석해 보았습니다.


1. 론칭 2년 만의 비약적 성장: 데이터가 증명하는 라오유회의 궤적
씨트립 라오유회가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2024년 4월, 플랫폼이 보유하고 있던 50세 이상 실명 인증 사용자 기반은 약 3,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당시 씨트립은 인구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용 브랜드를 출범시켰고,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량젠장 회장이 직접 브랜드 모델로 나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브랜드 명칭은 유명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중국어 제목인 ‘라오유지(老友记)’에서 착안하여, 중장년층이 오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친근하고 따뜻한 여정을 표현했습니다.
론칭 후 불과 반년이 지난 2024년 9월 기준, 라오유회는 실명 회원 수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누적 거래액(GMV) 16억 위안(한화 약 3,0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회원 전용 특화 상품은 40여 개 주요 목적지를 커버했고, 글로벌 1,600여 개 고성급 호텔과 긴밀한 공급망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단기간에 거둔 이 놀라운 성과는 중국 관광 연구원이 예측했던 “2025년 출유율이 높고 소비력이 뛰어난 저연령 건강 시니어 1억 명 돌파 및 은퇴 여행 시장 1조 위안 규모 진입”이라는 산업적 전망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시켜 준 계기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 현재, 라오유회가 거둔 성과는 초기의 기대를 뛰어넘어 비약적인 수직 상승을 이루어냈습니다. 회원 수는 론칭 당시 100만 명에서 450만 명으로 4.5배나 급증했습니다. 특화 상품이 적용되는 목적지 역시 국내외 50여 개 친화적 도시 및 국가로 확장되었으며, 수록된 전용 패키지 노선은 7,000개를 넘어섰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회원들의 소비 수준입니다. 라오유회 전체 회원의 절반 이상이 단일 또는 누적 여행 소비액 3,000위안을 초과하는 견고한 구매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약적 성장의 배경에는 기존 관광 업계가 시니어 계층을 단순히 ‘저가 패키지를 찾는 수동적 소비층’으로 치부했던 오류를 바로잡고, 이들의 실제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타격한 씨트립의 기획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씨트립은 시니어를 단일한 집단으로 보지 않고 소비 성향과 이동 능력에 따라 정교하게 세분화하였으며, 이로써 2년 만에 중국 은퇴 여행 시장의 독보적인 맹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2. 시니어의 압도적 구매력과 ‘Self-Pleasing(悦己)’ 트렌드
씨트립이 시니어 시장에 과감하게 사운을 걸고 투자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이들이 가진 ‘압도적인 객단가와 구매력’에 있습니다. 흔히 시니어 소비자는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여 저가 상품만을 선호할 것이라는 시장의 통념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씨트립의 내부 데이터가 보여준 실상은 전혀 달랐습니다. 할인 혜택이 적용된 특가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라오유회 회원들의 평균 객단가는 오히려 일반 젊은 세대 고객의 3배에 달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중국 시니어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신시니어(New Senior)’, 즉 1960년대와 1970년대 초반에 태어나 최근 은퇴를 시작한 50~60세 연령층의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들은 개혁개방의 경제 성장의 결실을 직접 누리며 자산을 축적한 세대로, 과거 세대와 달리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과 건강, 즐거움을 위해 소비하는 이른바 ‘나를 위한 소비(悦己·Self-Pleasing)’ 성향이 극히 강합니다. 전체 라오유회 회원 중 50~60세의 ‘액티브 시니어’ 비중은 50%를 상회하며, 거주지 역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선 및 신1선 도시에 30% 이상 집중되어 있어 경제적 유의미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들은 여행을 떠날 때 단순한 가격 비교보다 ‘여행의 품질과 편안함’을 최우선 과제로 꼽습니다. 2026년 내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신시니어가 온라인 여행 소비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절반 이상은 고급 대중교통(항공 비즈니스석, KTX 특실 등)과 4~5성급 이상 고성급 호텔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거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빡빡한 일정의 ‘특공대식 여행’을 철저히 배격하며, 하루 3개 안팎의 관광지만 여유롭게 둘러보는 느긋한 일정과 높은 수준의 식사를 원합니다.
씨트립은 이러한 고품질 수요를 반영하여 ‘노유의사(老有意思, 은퇴 후의 즐거운 여행)’라는 프리미엄 테마 라인업을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이동하는 관광이 아니라, 전문 사진작가가 동행해 인생샷을 남겨주는 ‘입화(入画) 시리즈’, 현지 민속춤과 음악을 배우는 ‘편연(翩然) 시리즈’, 수석 가이드가 깊이 있는 역사를 들려주는 ‘연학(研学) 시리즈’, 태극권과 요양을 결합한 ‘열양(悦养) 시리즈’ 등을 선보였습니다. 그 결과 단발성 구매에 그치지 않고, 한번 라오유회를 경험한 고객의 재구매율이 50%에 육박하는 강력한 브랜드 로열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3. 비수기 관광의 재발견
씨트립이 시니어 여행 시장을 사수하려는 두 번째이자 관광 산업 전체를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시간’에 있습니다. 관광 및 숙박 산업은 극심한 계절성과 주중·주말 간의 수요 불균형이라는 고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국경절, 설날 연휴, 여름 휴가철, 그리고 주말에는 수요가 폭발하여 호텔 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항공권 구하기가 별 따기인 반면, 평일과 봄·가을 비수기에는 객실과 좌석이 텅텅 빈 채 방치됩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놀려두는 호텔 객실과 빈 항공 좌석은 이월되거나 저장될 수 없는 ‘소멸성 자원’입니다. 씨트립은 은퇴 세대가 가진 최대의 무기, 즉 ‘주중과 비수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무한한 시간적 유연성’에 주목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관광 산업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는 ‘삭봉전곡(削峰填谷: 성수기의 뾰족한 봉우리를 깎아내고, 비수기의 깊은 골짜기를 메운다)’의 미시경제학적 기적이 성립합니다.
씨트립은 평일과 비수기에 방을 놀려야 하는 고성급 호텔 및 항공사들과 독점적인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숙박업소 입장에서는 완전히 공실로 날려버릴 객실을 원가 수준에라도 가동할 수 있어 이득이고, 씨트립은 이 유휴 자원을 대량 매입하여 시장가 대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라오유회 전용 상품으로 재가공했습니다. 은퇴자들은 인파에 치이지 않는 한적한 비수기에 파격적인 특가로 최고급 호텔에 투숙할 수 있으므로 극대화된 가성비와 가심비를 누리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씨트립이 라오유회를 통해 판매한 것은 버려지던 비수기의 발견이었습니다. 버려지던 비수기 시간을 매입하여, 그 시간을 유일하게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은퇴자들에게 판매함으로써 공급자, 중개자, 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얻는 완벽한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된 것입니다. 가격은 파격적으로 낮추었지만, 주중 연속 투숙과 고급 부대시설 이용, 식음료 소비가 결합되면서 전체 객단가는 젊은 층의 주말 단기 숙박보다 3배나 높게 나타나는 구조적 경제성을 확보했습니다.

4. ‘신뢰 기반’의 온·오프라인 입체형 공략
구매력과 비수기 활용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축 외에도, 씨트립이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시니어 시장을 압도할 수 있었던 세 번째 비결은 디지털 한계를 극복한 ‘입체적 서비스망 구축’과 ‘세대 간 연결 전략’에 있습니다. 시니어 계층은 온라인 모바일 앱 접근성에서 젊은 층에 비해 상대적 진입 장벽을 느낍니다. 씨트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입체형 채널을 가동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측면에서는 글자 크기를 키우고 직관적인 UI를 제공하는 적응형 앱 고도화를 2~3개월 단위로 지속 추진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스스로 예약하기 어려워하는 부모님을 위해 자녀가 대신 여행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해 줄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여행 대리 예약 서비스인 ‘친정카(亲情卡·효도 카드)’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자녀가 비용을 부담하고 부모는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는 구조를 완성하여, 모바일 접근성 한계를 세대 간 유대감으로 정면 돌파한 것입니다.
오프라인 영역에서의 파격적인 행보 역시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씨트립은 중국 전역에 구축된 5,000개 이상의 기존 오프라인 매장 네트워크와 별개로, 2025년 상하이 핵심 거점에 ‘라오유회 플래그십 스토어(오프라인 체험관)’를 전격 오픈했습니다. 온라인 결제에 거부감이 있거나 직접 사람을 만나 섬세한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시니어 고객들을 위해, 전문 여행 컨설턴트가 1:1로 밀착 맞춤 상담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한 것입니다.
아울러 현장 케어의 품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모님 여행 수호관(爸妈旅行守护官)’ 제도를 도입하여, 투어 일정 내내 수호관이 동행하며 연로한 승객의 건강과 동선을 세심하게 보살피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노인대학과 협력하여 가이드가 문화 강좌를 진행하는 유학형 프로그램이나, 방송국과 연계한 미디어 출사단 등 이종 산업과의 활발한 제휴를 통해 시니어 고객들이 삶의 가치와 사회적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거대한 ‘은퇴자 라이프스타일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치며: 은퇴 인구 5억 명 시대 대비하는 중국의 여행산업, 한국은?
씨트립 라오유회의 성공 사례는 단순한 한 OTA 기업의 신규 브랜드 론칭 성과를 넘어, 인구 고령화라는 범지구적 거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여행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50세 이상 인구는 이미 5억 명을 돌파하였으며, 전체 국내 여행 총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37.8%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 삶의 질을 추구하는 이 거대한 인구 이동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반면 한국 패키지 여행 시장은 수십 년째 제자리를 걸음하고 있습니다. 20~30년 전에 짜인 빽빽한 일정표와 초저가로 수객을 유인한 뒤 현지 쇼핑과 옵션 관광을 강제해 수익을 메우는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Minus Tour)’ 구조가 여전히 노년층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 접근성이 비교적 낮은 시니어층을 기형적인 수익 모델의 소비 주체로 몰아넣는 사이, 최근 급성장한 국내 주요 여행 플랫폼(OTA)들 역시 이러한 전통 여행사의 양산형 패키지 상품을 단순히 입점시켜 중개 판매하는 유통 창구 역할에 머무르며 시장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트립닷컴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맞춤형 패키지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씨트립의 전략이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 참고 링크
https://zhuanlan.zhihu.com/p/1994697077419176028
https://www.ageclub.net/article-detail/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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