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국내 여행 시장은 전례 없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년간 ‘가깝고 저렴한’ 해외여행의 대명사였던 일본이 1위 자리를 내어주고, 그 자리를 중국이 꿰찼기 때문입니다. 주요 여행사의 패키지 예약률을 살펴보면 중국이 약 3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일본(23%)을 앞질렀으며, 이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한국인들의 여행 소비 심리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합니다.
히치하이커는 한때 패키지 중심의 ‘효도 관광지’로 치부되던 중국이 어떻게 2040 세대를 아우르는 트렌디한 목적지로 탈바꿈했는지, 그 이면에 숨겨진 인프라의 변화와 외부적 요인, 그리고 새로운 관광 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구조적 전환점: 항공 인프라와 외부 경제 요인의 결합
지난 주 히치하이커TV는 ‘왜 중국이 1위일까?’라는 에피소드를 통해 이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근거리 해외여행의 트렌드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음을 짚었습니다.
중국 여행의 급부상은 이미 2025년 하반기부터 통계적으로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연합뉴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0월부터 방중 한국인 증가율은 일본을 상회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기준 인천발 직항 노선 수에서 중국은 45개의 직항 노선을 확보하며 일본의 33개 노선을 수적 우위로 압도하고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자유여행객(FIT)들은 이제 상하이나 베이징을 넘어 충칭, 칭다오 등 2선 도시를 목적지로 결정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여정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외부 요인 역시 중국행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2026년 4월 현재, 중동 정세 불안으로 폭등한 유류할증료는 장거리 여행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을 높였고, 자연스럽게 수요는 단거리 노선으로 쏠렸습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변수는 일본 여행의 비용 상승입니다.
일본 정부가 오버투어리즘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세와 출국세를 인상하고, 도쿄와 오사카 등 주요 도시의 호텔 객실료(ADR)가 2019년 대비 60% 이상 폭등하면서 ‘가성비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물가가 안정적이고 숙박 인프라가 뛰어난 중국 대도시들이 일본의 대체재를 넘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크리에이터가 이끄는 중국의 ‘힙(Hip)’한 변신
그런데 2026년 4월 26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최근의 중국 여행 붐을 ‘한국인 V-블로거들의 유입‘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했습니다.
2025년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 대비 36.9% 증가한 316만 명으로, 주요 목적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2026년 1월 한 달에만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30만 명이 중국으로 향한 것입니다.
이러한 폭발적 수치의 배경에는 무비자 정책의 연장과 더불어, 카메라를 든 한국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의 정형화된 관광지가 아닌 상하이와 선전의 세련된 거리를 배경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영상을 생산하며 중국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낡은 풍경’에서 ‘트렌디한 시티워크’로 완전히 재정립했습니다.
저는 작년 10월 트립닷컴이 주도한 대규모 중국 패키지여행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며, 중국발 글로벌 OTA가 한국의 크리에이터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려 하는지 현장에서 목격한 바 있습니다. 당시 캠페인은 기존의 구태의연한 패키지 구성에서 벗어나 인플루언서들이 선호할 만한 감각적인 스팟과 체험 요소를 배치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결국 SNS를 통해 ‘중국도 충분히 힙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파했고, “열린 창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젊은 층의 대대적인 유입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슈퍼 세이프(Super-safe)’: 안전이라는 새로운 프리미엄
중국 관광산업이 내세우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바로 ‘안전’에 대한 강조입니다.
최근 CGTN 등 주요 외신은 중국이 자국 관광의 최대 강점으로 ‘슈퍼 세이프(Super-safe)’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여행지 선택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안전’인 만큼, 중국 정부는 고도화된 기술적 보안 인프라를 관광객들의 심리적 안정감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첨단 안면 인식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치안 유지 시스템은 야간에도 안심하고 도심 골목을 걷는 ‘나이트 투어’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여행객들이 겪는 치안 불안과는 대조적인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슈퍼 세이프’ 전략은 단순히 범죄 예방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결제 시스템과 통합된 스마트 관광 환경으로 확장됩니다. 외국인 여행객들이 겪던 결제와 이동의 불편함이 대폭 개선되면서, 안전한 환경 속에서 기술적 편의성을 누리는 경험이 중국 여행의 새로운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 중국 여행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위생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철저하게 관리되는 안전한 국가’라는 이미지로 치환되면서, 가족 단위 여행객과 여성 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온 것입니다. 결국 안전이라는 기본 가치에 대한 확신이 중국 여행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 향후 전망과 경쟁구도의 변화
중국 여행의 부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철저히 계산된 인프라 확충과 트렌디한 콘텐츠 마케팅, 그리고 외부적 경제 환경이 맞물려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유류할증료의 인상과 항공 노선의 우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 그리고 안전이라는 신뢰 자본은 중국을 일본의 대안을 넘어 동아시아 관광의 새로운 중심지로 격상시켰습니다.
이와 함께 다음 단계의 변화도 함께 눈여겨 보고 있는데요. 중국이 비자 제도로 묶여 있을 때 ‘무비자 중국’의 역할을 했던 중화권 3인방, 대만 홍콩 마카오는 앞으로도 중국의 대도시 여행지와의 경쟁에서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1년 전 타이베이에 취재를 갔을 때 현지 관계자로부터 이미 한국 관광객의 감소를 피부로 겪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류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동남아시아의 5시간 비행 이내 주요 여행지(베트남, 태국 등)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중국 항공사들의 유류세 인상폭은 아직 주변국들에 비해 조금 느린 듯 한데요. 이러한 환경적 변화 속에서 앞으로 중국이 얼마나 한국의 해외여행 시장을 가져갈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