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며 전통 교통 자산을 상단에서 지배해 나가는 여행 테크 플랫폼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짚어본 바 있습니다. 플랫폼이 항공사와 철도망을 품으며 소비자 접점을 독점하는 흐름이 입증된 가운데,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 전문 매체 ‘트래블데일리’가 오미오(Omio)의 레일유럽(Rail Europe) 인수 계약 뒤에 숨겨진 훨씬 구체적이고 치밀한 비즈니스 셈법을 추가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는 플랫폼 기업이 오프라인 운송 산업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백엔드 유통 인프라’를 독점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이번 오미오의 레일유럽 인수 이면에 나타난 B2B 유통의 본질과 글로벌 교통 산업에 미칠 파급력을 짚어봅니다.
항공업계보다 20년 뒤처진 철도, ‘철도판 GDS’를 노린다
유럽의 철도망은 세계에서 가장 밀집되고 잘 구축된 인프라를 자랑하지만, 글로벌 여행자에게 국가를 넘나드는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혼란의 연속입니다. 각국 국유철도청과 민간 사업자마다 각기 다른 시스템, 환불 규정, 좌석 지정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항공권 예매에 비해 파편화가 극심하기 때문입니다.
비에른 벤더(Björn Bender) 레일유럽 CEO는 트래블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철도 유통 시스템은 이미 글로벌 분배 시스템(GDS)과 전자 티켓 표준화를 완성한 항공업계보다 무려 20년은 뒤처져 있다”고 직설적으로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오미오가 이번 인수에서 진짜 노린 것은 레일유럽이 보유한 연간 500만 장의 티켓 수량이 아닙니다. 항공업계의 ‘아마데우스’나 ‘세이버’처럼 전 세계 여행사와 OTA가 유럽 철도에 접근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합 유통 표준, 즉 ‘철도판 GDS(Global Distribution System)’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넓은 B2C 커버리지를 가졌지만 철도 깊숙한 시스템 역량이 부족했던 오미오는, 90년 역사의 레일유럽이 보유한 70여 개국 2만 5천여 B2B 파트너십과 유레일패스 등 복잡한 전용 상품 노하우를 그대로 흡수하며 지상 교통 유통의 독점적 레이어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박리다매의 경제학, 고정비를 분산시키는 규모의 경제
철도 발권 및 유통은 여행 산업 내에서도 대표적인 ‘박리다매’ 비즈니스입니다. 호텔이나 액티비티 예약에 비해 중개 수수료율(Take Rate)이 현저히 낮고, 국가별 다원화된 철도청과의 시스템 연동 및 고객 서비스 유지에 들어가는 고정 기술 비용은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상장된 경쟁사 트레인라인(Trainline)의 수수료율이 7% 수준에 불과한 것만 보아도 이 시장의 이익률이 얼마나 얇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마진이 극도로 얇은 시장에서 생존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오미오는 레일유럽과의 기술 및 B2B 인프라 통합을 통해 중복되는 시스템 개발비와 유지 비용을 과감히 절감하고자 합니다. 방대한 글로벌 거래량을 바탕으로 고정비를 얇게 분산시킴으로써, 개별 기업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AI 기반 유저 경험 개선과 시스템 고도화에 전념할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확보하게 된 것입니다.
소비자를 쥐지 않고도 시장을 통제하는 B2B 백엔드의 힘
플랫폼의 지배력은 단순히 자사 앱에 소비자를 많이 가두는 데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레일유럽이 트립닷컴(Trip.com) 같은 거대 OTA에 철도 재고를 공급할 때, 최종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관계나 결제 데이터는 트립닷컴이 소유합니다. 레일유럽과 오미오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 공급자’로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그러나 전 세계의 OTA, 여행사, 출장 전담 매니저들이 유럽 기차표를 팔기 위해 결국 단 하나의 플랫폼 인프라에 의존해야 한다면? 심지어 소비자를 직접 소유하지 않더라도 거래가 오가는 관문(Gatekeeper)을 통제함으로써 플랫폼은 공급자인 철도청과 유통사인 OTA 양측 모두에 대해 막강한 협상력을 갖게 됩니다. 겉으로는 소비자를 유치하는 B2C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장 전체의 거래 통로를 장악하려는 B2B 백엔드 전쟁이 물밑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방법론’의 역이식과 B2B 기업 출장 시장이라는 노다지
이번 인수는 지역적 확장 측면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역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동남아와 일본 시장 확장에 주력하던 오미오와 달리, 레일유럽은 이미 상해에 전담 팀을 두고 중국을 글로벌 탑 5 안에 드는 핵심 시장으로 키워냈습니다. 오미오는 레일유럽이 중국에서 씨트립, 클룩, KKday 등과 협력하며 축적한 현지화 노하우와 B2B 네트워크를 그대로 흡수하여, 이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적 프레임워크로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양사는 그동안 레저 여행에 치중되어 있던 유럽 철도 시장을 ‘B2B 기업 출장(Corporate Travel)’ 영역으로 대대적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기업의 출장 관리 시스템(TMC)과 유럽 철도망을 간편하게 연동하여 규정 관리, 통합 결제, 영수증 처리가 한 번에 가능해진다면, 유럽 내 도시 간 이동에서 비행기 대신 기차를 선택하는 글로벌 기업 수요를 대거 흡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오미오의 레일유럽 인수가 던지는 최종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이동 수단이라는 하드웨어는 여전히 철도청의 소유지만, 그 이동을 세상에 유통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디지털 통로’는 테크 플랫폼이 완벽히 지배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입니다. 백엔드 유통망까지 깊숙이 침투한 플랫폼의 영토 확장이 앞으로 글로벌 교통 및 여행 생태계를 어디까지 바꿔놓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 링크 : https://www.traveldaily.cn/article/1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