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간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시장은 연간 수천억 달러의 거래액을 처리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생성형 AI의 대두와 빅테크 기업의 직접 진입으로 진화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히치하이커는 지난 2월 웹인트래블 포럼에서 발표된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트립닷컴의 주요 전략과 며칠 전 발표된 구글의 최신 ‘AI Mode’, 그리고 ‘여정 선점’ 관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여행 테크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와 향후 전망을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빅3 OTA의 새로 다른 핵심 전략
글로벌 탑티어 OTA 3사는 동일하게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나, 각 사의 기존 자산과 인프라 구조에 따라 전략적 중점 영역에서는 명확한 차이를 보입니다.
부킹닷컴은 숙박, 항공, 지상 교통, 액티비티를 단일 시스템으로 묶는 ‘커넥티드 트립’의 완성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예약을 맥락 데이터로 연동하여,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 시 AI가 지상 교통 픽업 시간 조정 및 식당 예약을 선제적으로 재조정하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즉 AI를 여정 연결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가지고 있죠.
반면에 익스피디아는 자사 플랫폼 중심의 유입에 더해, 외부 파트너사 및 B2B 채널로 자사 인프라와 공급망을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API 연동을 통해 우버 등 타 플랫폼 내에 모빌리티 및 숙박 재고를 공급하며, 파트너 호스트용 AI 자동 응답 서비스나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를 제공하여 공급자 단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트립닷컴은 주요 항공사 및 현지 파트너사와의 직접 연동을 바탕으로 탐색부터 발권, 현지 실행까지 직영 수직 계열화를 다지고 있습니다. AI 여정 기획 도구를 구동함과 동시에, 항공권, 숙박, 대형 콘서트 같은 이벤트를 결합한 전용 통합 패키지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성하고 판매하는 엔드투엔드 인프라에 올인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또한 3사 중 유일하게 사용자 생성 콘텐츠를 직접 생산 및 노출하는 전무후무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죠.

구글 ‘AI Mode’의 등장과 패러다임의 변화: ‘주문’ 처리에서 ‘여정’ 선점으로
소비자가 여행 플랫폼을 소비하는 방식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소비자는 “어디로 갈까”라는 탐색부터 “어디서 잘까”라는 비교, 결제까지 모든 과정을 단일 OTA 플랫폼 안에서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AI시대 이후의 소비자는 소셜 미디어, 지도 앱, 생성형 AI를 통해 여행지, 동선, 특정 숙소까지 사전에 결정을 마친 후 플랫폼에 진입합니다.
이미 결정된 특정 상품의 최저가를 찾아 들어오는 행위는 단순한 ‘주문’에 불과하며, 이 단계에서 플랫폼이 확보할 수 있는 마진과 고객 로열티 데이터는 훨씬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 출발부터 현지 이동, 변수 대응, 귀국까지 전체 ‘여정’의 데이터 흐름을 선점하는 플랫폼은 단순 판매 수수료 외에 여정 관리 기반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 중에 구글이 검색 엔진에 전면 도입한 ‘AI Mode’는 여행 소비의 최상단 단계인 ‘탐색 및 기획’의 주도권을 거대 언어 모델 중심으로 이동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글 AI Mode는 소비자의 대화형 질의를 바탕으로 대화형 캔버스에 일정을 구성하고, 오픈테이블, 구글 항공권 등과 직접 연동하여 식당, 비행기, 호텔 예약을 단일 인터페이스 내에서 처리하는 방식으로 구동됩니다.
즉 구글 AI Mode는 소비자가 외부 OTA에 접속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여행 구상을 완료하도록 유도합니다. 이 구조에서 단품 중개에 의존하는 플랫폼은 최상단 유입 경로를 구글 등 빅테크 인터페이스에 넘겨주고, 최저가 조회 및 단순 결제 승인 기능을 수행하는 백엔드 처리 기관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지금 익스피디아가 취하는 포지션을 보면 공급자 역할로 넘어갈 확률이 꽤나 높아 보이죠.
향후 전망 및 빅3 비교 분석: 여정 관리 관점에 가장 근접한 플랫폼은?
회사의 전략적 지향점과 무관하게, 기술 발전과 소비자 행동 변화에 따라 여행 플랫폼이 수행하게 될 핵심 역할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탐색과 일정 구성은 구글 AI Mode, 챗GPT 등 범용 AI 인터페이스가 담당하고, 여행 플랫폼은 실제 수하물 규정 적용, 대금 정산, 좌석 확정, 파트너사 재고 연동 등 실물 거래를 처리하는 전문 집행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I가 탐색 과정을 단순화하더라도, 기상 악화, 항공기 결항, 현지 예약 오류 등 실물 변수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사후 운영 관리’ 시스템의 신뢰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3사 여행 플랫폼 중에서 그나마 ‘여정 관리(Trip Management)’를 구현한 것으로 보이는 플랫폼은 트립닷컴입니다. 부킹닷컴의 ‘커넥티드 트립’은 이상적인 자동 오케스트레이션 개념을 제시하지만, 항공 인프라의 외주화(고투게이트 등) 의존성과 패키지 여행 지침에 따른 법적·재무적 리스크로 인해 실물 변수 발생 시 즉각적인 책임성에 한계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반면 트립닷컴은 600개 이상 항공사와의 직접 API(NDC) 연동을 포함한 직영 공급망과 CS 인프라를 수직 계열화하여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정 관리의 핵심인 ‘결항·지연 시 실시간 데이터 연동 및 현지 오버라이드 케어’를 외주 파트너사 없이 자체 제어권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실물 여정을 선점하고 관리하는 모델에 상대적으로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미래 여행 플랫폼의 진짜 경쟁력, 신뢰
아무리 AI가 화려하게 일정을 짜주고 구글이 대화만으로 예약을 마쳐준다고 해도, 여행이라는 산업이 갖는 결정적 특성이 있습니다. 바로 ‘현장에서 수많은 변수와 사고가 발생하는 실물 산업’이라는 점입니다.
AI는 수백 개의 비행편을 비교해 줄 수는 있지만,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결항되거나 오버부킹으로 호텔에서 쫓겨났을 때 소비자의 손을 잡고 밤새 대체 편을 찾아주거나 환불금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여행 플랫폼 역시 취소 규정을 잘못 이해해 돈이 날아가거나 파트너사의 ‘가짜 전화번호’ 때문에 문자를 못 받는 사고가 터졌을 때, 그저 “항공사나 중개사에 문의하라”는 정형화된 안내문만 되풀이한다면 AI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AI가 탐색의 상단을 가져간 시대에, 소비자가 플랫폼에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하며 발을 들이는 유일한 이유는 ‘예약 이후(Post-Booking)에 제공되는 강력한 신뢰와 사후 케어’ 때문일 겁니다. 비행기가 안 떴을 때 즉각적인 대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소통 오류를 중재하며, 예상치 못한 재해 속에서 소비자의 안전과 재산을 법적·재무적으로 보호해 주는 ‘현장 케어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플랫폼만이 이용 가치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여행 플랫폼은 여행자의 위험을 함께 짊어지는, 오히려 여행 전보다 여행 중에 동반자로 기능하는 플랫폼만이 최후까지 AI와 경쟁하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